찻잎 내 효소에 의한 산화현상

TeaPress

홍차나 우롱차의 제조에 있어 찻잎 내에 존재하는 산화효소에 의한 차 폴리페놀의 산화 현상은 가장 중요한 화학반응이다. 여기에 필요한 3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효소에 의한 산화반응이 일어나기 위한 3가지 조건

차 폴리페놀

이 성분은 하나의 화학물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물질들의 집합을 말하는데, 그래서 영어로는 Tea Polyphenols 라고 복수형으로 쓴다. 그 중의 일부 성분이 카테킨류인데 이 또한 한 물질의 이름이 아니라 집합을 지칭하며 영어로는 Catechins 라고 한다. 카테킨류의 주요 성분 중의 하나가 EGCG(Epigallocatechin gallate)인데 오래 전에 이 성분을 넣어서 만든 껌이 판매되기도 하였다.

이 '차 폴리페놀' 성분들은 산화반응에 관여한다는 점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면에서 아주 중요한데, ① 쓴 맛과 떫은 맛을 가지고 있어 차 맛에 큰 영향을 미치고, ② 강력한 항산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차의 건강 기능성을 대표하는 성분이기도 하다.

산소의 존재

공기가 완전히 없는 진공상태나, 산소 대신 질소나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상태에서는 차의 산화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완벽한 무산소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산소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찻잎 속 산화효소

대표적인 산화효소가 PPO라고 약칭하는 폴리페놀옥시데이스(Polyphenol Oxidase)이고, 퍼옥시데이스(Peroxidase, POD), 카탈레이스(Catalase, CAT) 등도 있다. 효소라는 것은 화학반응에서 총매 작용(반응 속도를 증가)을 하는 것이지, 반응 자체에 대한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즉 효소가 없더라도 반응은 일어나지만 속도가 매우 느리다. 효소가 실활된 상태(inactivated 또는 deactivated)에서도 산화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은 황차의 민황 공정에서도 보이고, 보이생차의 장기 숙성 중에 나타나는 변화에서도 관찰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홍차나 우롱차가 생산되기 위한 산화(발효)의 속도와 정도를 얻기 위해서는 산화효소들이 반드시 작용하여야 한다.

효소에 의한 산화반응이 일어나기 위한 또 다른 조건

그렇다면 왜 차나무에 달려 있는 찻잎은 평소에는 녹색을 띄고 있을까? 다시 말하면 왜 산화(발효)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위의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산소는 어디에나 존재하니 산소의 문제는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효소engyme인 폴리페놀옥시데이스와 기질substrate인 차 폴리페놀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 차 폴리페놀은 식물의 세포질 속에 있고, 효소는 엽록체chloroplast 내에 있어 서로 액막에 의해 분리되어 있으므로 산화반응이 일어날 조건이 형성되지 않는다.

위에서 산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했는데, 사실 한 가지 더 필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효소와 기질이 만나도록 세포 내부 구조를 물리적으로 파괴시키는 공정이다. 우리가 차의 제조 공정에서 들어 본 비비기, 유념, rolling, CTC, 로토반 등의 용어는 모두 세포 구조를 파괴하는 공정이다. 다만 녹차에서는 효소를 실활inactivation시키고 나서 비비기 공정을 하는데, 그 목적이 산화(발효) 촉진이 아니라 차 성분이 잘 우러나오게 하기 위함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자.

세포의 파괴에 의한 산화 현상의 발생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관찰되는데, 사과나 감자를 자르고 난 후 잘린 표면에서의 색상 변화가 대표적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