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산화반응

TeaPress

녹차를 구매했거나 선물로 받아서 집에 두고 마시고 있다. 거실에 두었다가 몇 개월이 지나 마셔 보니 색상도 갈색으로 변했고 맛과 향도 신선함이 떨어진다. 이미 효소는 완전히 실활 되었지만 산소와 에너지가 있는 한 끊임없이 변화는 발생하는데, 이는 자동산화에 의한 변화이다.

10년 전에 구매한 보이생차의 탕색이 진해지고 맛도 부드러워졌다. 곰팡이가 생길까 봐 습도 관리도 해가면서 신경 써서 보관하고 있다. 보이생차는 살청 온도가 낮아 찻잎 내의 산화효소가 보관 중에도 작용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낮은 수분 함량과 수분 활성도 조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 맛이 숙성되어 가는 것도 자동산화에 의한 것이다.

살청 공정을 아예 거치지 않은 백호은침이 3년이 지나니 찻잎의 푸른 색이 노란색으로 변하고 차탕도 진해졌다. 푸릇푸릇한 맛도 없어지고 백차 특유의 호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백호은침이 숙성되어 가는 과정도 산화효소의 작용이 아니라 자동산화가 그 원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집에 보관한 모든 차들은 자동산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경우(흑차류, 백차류, 무이암차 등의 일부 우롱차류 등)도 있고, 원하지 않는 경우(녹차류, 청향형 철관음 등)도 있지만 변화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산소가 있고 에너지가 있으니 피할 수 없다. 다만 효소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느리게, 아주 느리게 진행될 뿐이다. 습도가 높아지거나 온도가 올라간다면 자동산화의 진행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